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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2015년, 가상 비서의 해가 될 것


 올해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2014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것보다 새해에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 더 고민하는 시간이죠. 필자는 2015년에 주목해야 할 주제로 '가상 비서'를 꼽았습니다.
 


2015년, 가상 비서의 해가 될 것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 나우 등 가상 비서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하여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5년이 가상 비서의 해가 될 것이다? 필자는 가상 비서를 통한 변화에 주목하고 싶은 것입니다.
 
 


 '가상 비서가 PC를 바꿀 때가 되었다.'라는 글을 통해 말한 바 있지만, 가상 비서가 PC와 접목하면서 PC의 사용 양식과 형태를 바꿔놓은 것이라 필자는 믿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상 비서는 PC보다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고, 스마트폰은 터치 인터페이스라는 강력한 사용 환경으로 음성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가로채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PC는 다를까?'
 
 필자가 가상 비서에 기대하는 건 스마트폰이나 PC라는 제품 구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총체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 음성 인식이고, 음성 인식의 방향이 가상 비서 시스템의 발전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마우스나 키보드는 데스크톱 환경에 어울립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터치스크린 환경에 적합하고, 각 인터페이스는 제품이 따라서 작동하므로 각 플랫폼을 연결하여 동작하게 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데스크톱에서 날씨를 볼 수 있도록 조작한다면 어떨까요? 그냥 번거롭게 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서 날씨를 보면 됩니다. 이는 인터페이스가 융합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한 탓에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음성 인식은 다릅니다. 가령 같은 네트워크 안에 같은 플랫폼의 스마트폰과 데스크톱이 함께 있다면, 음성 인식이라는 단일화한 인터페이스로 날씨를 물을 수 있고, 사용 상황에 맞춰서 데스크톱에 날씨를 보이거나 스마트폰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혹은 '데스크톱에서 내일 날씨를 보여줘.'라는 제품 환경을 넘어선 요구를 가상 비서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가상 비서를 서비스하는 업체나 준비 중인 곳의 움직임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지난 8월, AppleInsider는 애플이 등록한 OS X용 시리에 대한 특허에 대해 전했습니다. 총 92페이지의 특허 문건은 '데스크톱 환경의 지능적인 디지털 조수(Intelligent digital assistant in a desktop environment)'라는 제목으로 당연히 맥에서 작동하는 시리와 관련한 것입니다. 특허를 보면 해당 특허는 스마트폰의 시리와 조금 다른데, '포커스 셀렉터(Focus Selector)'라는 기능으로 마우스의 동작을 음성 인식으로 대신할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일에 마우스를 가져간 후 '복사'라고 명령하면 복사 기능이 실행되는 것이죠. 하지만 애플이 이 특허를 언제 맥에 탑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경쟁 업체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봅니다.
 
 MS는 확실히 2015년에 윈도에 가상 비서 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입니다. MS의 가상 비서인 코타나(Cortana)를 차세대 윈도 10에 탑재한 영상이 지난 5일에 유출되었고, 윈도 10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날씨를 묻거나 알림을 설정하고, 주변의 스타벅스를 찾아주는 등 여타 가상 비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PC에 탑재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윈도 10에 대한 시장 반응도 좋은 탓에 보급을 늘릴 수 있다면 키보드와 마우스에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조작에서 음성 인식이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과 다르게 다른 활동을 하면서 음성 인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활용도를 끌어올릴 수 있고, 집이나 사무실 등 소음이 적은 장소에서 사용함으로써 훨씬 나은 사용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굳이 PC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가상 비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죠.
 
 그걸 잘 보여준 제품을 아마존이 내놓았습니다. 아마존은 지난달, '에코(Echo)'라는 스피커 바 모양의 가상 비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명령어인 '알렉사(Alexa)'를 통해서 날씨를 묻거나 위키피디아, 레시피 검색, 음악 재생 등을 할 수 있는데, 액정을 가지지 않고, 음성으로만 답을 출력합니다. 단지 알렉사를 부르기만 하면 명령할 수 있어서 간단한 명령을 위해 PC를 켜거나 스마트폰을 들지 않아도 좋습니다. PC의 형태가 가상 비서 덕분에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넓게 보면 사물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탑재한 구글 나우의 음성 명령 기능을 자사 크롬 OS에도 탑재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시험 단계지만, 구글 나우를 크롬의 기본 기능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코타나나 에코처럼 음성으로 날씨 검색 등의 명령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구글이 I/O 2014에서 '앱 인덱싱(App Indexing)'을 발표하면서 크롬 웹 정보와 안드로이드 앱 정보를 합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구글 나우를 통해 극대화할 것입니다. 구글은 자사가 인수한 사물인터넷 기업인 네스트의 제품들과 구글 나우를 연결하였는데, 음성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거나 도착 시각에 맞춰 미리 난방 기능이 작동합니다. 그런데 이런 동작들이 다른 사물 인터넷 제품과 스마트폰의 앱과 결합한다면 어떨까요? 앱 인덱싱으로 크롬에 쉽게 해당 정보를 옮길 수 있고, 크롬을 통해서 사물인터넷을 작동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굳이 스마트폰의 구글 나우를 찾지 않더라도 크롬복을 사용하면서 연결한 제품의 작동을 가상 비서에 맡길 수 있다는 겁니다.
 
 


 가상 비서가 스마트폰을 벗어나 PC와 PC가 존재하는 공간, 그리고 달라진 형태의 PC, 또는 사물인터넷 제품과의 연결을 통한 가능성은 이미 열려있습니다. 워낙 경쟁 후보가 막강하고, 각자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는 중인데, 이를 부딪치기에 2015년은 매우 적합한 시기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나은 포지셔닝을 확보하려면 시기를 더 늦추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니까요.
 
 또한, 스마트폰부터 사물인터넷까지 가상 비서가 활약할 수 있다는 건 내년에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웨어러블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가상 비서의 존재감이 웨어러블에 맞물릴 가능성이 큰 것이죠. 이는 드론 산업이나 다른 사물인터넷 분야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물인터넷의 본래 개념을 생각한다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통합한 인터페이스고, 우린 그 인터페이스가 음성 인식을 통한 가상 비서 시스템이라는 점을 오래전부터 공상했습니다.
 
 단지 이제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아도 좋을 듯합니다.
 
 사실 상기한 업체뿐만 아니라 IBM의 왓슨을 활용한 가상 비서 등 굉장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는 많습니다. 기대할 것은 내년에 이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이며, 영향을 끼칠 가능성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