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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12인치 맥북에 대한 5가지


 맥북 프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후 고해상도의 맥북 에어도 기대했지만, 꽤 오랫동안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애플이 5K 아이맥을 발표하면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북 에어에 대한 뜬소문도 증가했고,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에어는 아니지만요.
 


애플, 12인치 맥북에 대한 5가지
 
 12인치 2304 x 1440 디스플레이, 인텔 1.1GHz 듀얼 코어 M프로세서, 8GB DDR3 메모리, 256GB 또는 512GB 저장공간, 나비식 키보드, 포스 터치(Force Touch) 트랙패드, 팬리스(Fanless), USB-C 포트, 0.88mm 두께. 새로운 맥북입니다.
 
 


 굉장히 애매한 제품입니다. 넷북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넷북이라기에 1,299달러의 가격과 프로세서를 빼면 나쁘지 않은 사양입니다. 문서 작업을 하더라도 과거 넷북보다 유연할 테고, 픽셀메이터(Pixelmator)나 스케치(Sketch)정도의 통한 그래픽 작업, 옴니포커스나 율리시스 등의 앱을 이용하기에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맥의 앱 경쟁력이 제원보다 제품 경험에 초점을 맞춘 맥북을 낳은 이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애매하지만, 매력이 없진 않은 제품입니다.
 
 가격에서 '합리적이지 않아!'라고 할 수 있으나 가벼운 맥 앱을 이용하기에 좋고, 되레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맥북 에어보다 작업 효율이 높아졌다는 게 더 정확합니다. 본래 맥북 에어에서 상기한 앱들이 마지노선이었고, 그 이상은 책상을 비행기장으로 바꿔야 했으니까요. 현재 맥북의 드러난 것을 가지고 얘기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단지 몇 가지 걸리는 것이 많은 제품이기에 무엇 하나로 단정하기 어려운 제품입니다.
 
 


 1. USB-C


 1개의 USB-C 포트가 장착되었다는 점이 특이하지만, 애플은 꾸준히 PC에서 제거했습니다. 맥북 에어에 랜포트를 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미친 거 아닌가?'였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건 증명되었고, 아이맥에서 ODD를 제거했을 때도 '미친 거 아닌가?' 했으나 ODD에 디스크를 삽입한 기억이 오래된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포트가 1개라는 사실이 그리 놀랍진 않습니다.
 
 썬더볼트(ThunderBolt)가 빠졌다는 게 더 주목할 부분이죠. 애플은 2011년애 썬더볼트 포트를 처음 탑재한 후 맥 제품에서 뺀 적이 없습니다. 빠진 랜, 디스플레이 확장 포트를 썬더볼트로 대체하고, 썬더볼트를 지원하는 시네마 디스플레이를 출시하는 등 썬더볼트의 역할을 확장하는 중이었습니다. 맥프로는 아예 다른 외장 포트를 모두 제거하고 썬더볼트 포트를 6개 탑재하는 강수를 두었죠.
 
 그런데 이번 맥북에는 썬더볼트가 아닌 USB-C 포트가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썬더볼트 확장 케이블과 별개의 USB-C 확장 케이블을 구매해야 해서 애플 제품 내 인터페이스 호환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는 2가지 이유로 나눌 수 있을 텐데, 하나는 12인치 맥북이 맥북이긴 하지만, 기존 맥북과 다른 라인에 있다는 것과 하나는 썬더볼트를 포기한 것입니다.
 
 가능성을 생각하면 후자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썬더볼트 입지가 상승하고 있기에 떨어지고, 전자는 범용성 탓으로 높은 가격의 썬더볼트 장치 대신 USB-C의 보급을 노린다면 가벼운 제품으로 맥북을 포지셔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외장 연결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라인, 또는 아이패드와 맥북 에어 사이의 새로운 라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거죠.
 
 


 2. M프로세서

 M프로세서를 장착한 점도 딱히 놀랄만한 건 아닙니다. 이미 삼성 노트북9 2015 에디션이나 레노버의 씽크패드 헬릭스와 요가3 프로, HP 파빌리온 11 X360, 델 레티튜드 13 7350, 에이수스 트랜스포머북 등 M프로세서를 탑재한 윈도 랩톱이 많이 등장했고, 12인치 맥북도 그중 하나입니다. 단지 윈도가 아닌 OS X이 탑재되었다는 게 다른 점이죠.
 
 '그럼 인텔 로드맵의 하나일 뿐인가?'
 
 필자는 M프로세서가 일종의 전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8일, '애플, UXKit과 통합의 미래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을 통해서 ARM 기반 맥북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ARM 기반 맥북은 애플이 실험은 한 적도 있고, 계속 풍문으로 떠도는 소문이긴 하지만, iOS 개발자가 쉽게 OS X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한 새로운 프레임워크인 UXKit이 ARM 기반 맥북의 앱 생태계를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는 마우스나 키보드를 장착할 수 있는 OS X과 iOS 중간의 아이패드를 위한 방안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UXKit에 주목할만한 건 현재 OS X 개발에 사용하는 AppKit을 UXKit이 완벽하게 대처하기에 부족하지만, 애플은 UXKit으로 새로운 포토 앱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 가능성을 서드파티 개발자에 적용할 수 있다면 OS X 앱이 늘어날 수 있겠죠. 문제는 그런 앱들을 이용하기 위해 맥을 쓰려는 사용자가 많을까 입니다. UXKit이 AppKit 수준으로 발전은 하겠으나 iOS에서 구동하던 앱을 OS X으로 옮기면 수는 늘어나도 기존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의 용도를 융합하긴 어렵습니다.
 
 그럼 아예 좀 더 낮은 사양의 맥에 어울리는 앱을 제작하는 것인데, 이는 거꾸로 생각한 것이며, 뒤집어 보면 ARM 기반 맥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UXKit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혹은 인텔 기반이더라도 훨씬 경량화한 맥북과 걸맞은 앱의 추가로 M프로세서 윈도 랩톱들과 차별화하는 방안으로 삼을 수도 있고, 아이패드에서는 얻을 수 없는 맥의 생산성과 기존 맥북보다 나은 휴대성을 결합한 제품의 실험적인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여타 M프로세서 랩톱들이 기존 랩톱 형태를 유지하거나 태블릿과 결합한 2 in 1 제품으로 접근하는 것과 다르게 랩톱이지만, 기존 랩톱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형태면서 태블릿과 결합하려는 시도도 아닌 것이 방증한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즉, M프로세서의 성능 비교보다 M프로세서를 장착한 포지셔닝에 쟁점이라는 겁니다.
 
 


 3. 가격

 1,299달러라는 가격에 공개되었을 때 다들 경악했으나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상기했듯이 가격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레노버의 요가3 프로는 12인치 맥북과 거의 같은 성능에 1,199달러이며, 삼성의 노트북9도 1,199~1,399달러이기에 맥북이 M프로세서를 탑재했다고 비싼 축에 들진 않는다는 겁니다. 단지 포트가 빠졌다는 게 흠이란 것이지 해당 제품들에서 맥을 원한다면 가격이 선택을 방해하는 수준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건 13인치 맥북 에어가 999~1,199달러인 탓이고, 프로세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메모리가 늘었으니 합리화를 해볼 수도 있으며, 앞서 얘기한 맥북의 아이패드 대체나 경량화 면에서 맥북 에어와 비교하여 선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보입니다.
  
 


 4. 색상

 애플은 2006년 파워북 이후 처음으로 맥북 라인에 검은 제품을 추가했습니다. 2011년 검은 맥북은 단종되었고, 계속 회색 맥 제품만 만날 수 있었는데, 새로운 맥북은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실버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색상을 가져왔습니다.
 
 이에 대해 4년 만의 다른 색의 맥북이지만, 이거까지 경량화나 아이패드와 연결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이패드처럼 보이기도 하나 넓게 생각하면 다른 맥북이나 골드 색상의 아이맥을 떠오르기도 합니다. 검은 맥북은 케이스에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 제품이었고, 알루미늄을 쓰면서 색상 옵션을 없애버렸기에 맥북의 단종으로 색상이 빠졌다기보단 재질 변화가 원인이기도 했다는 것이죠.
 
 물론 알루미늄의 깔끔하고 차분한 느낌이 나쁘지도 않았고, 무슨 이유였는지 흰 색 폴리카보네이트 맥북보다 검은 맥북의 가격이 100달러 높았으며, 보통 '애플은 흰 색'이라는 인식이 스티브 잡스 복귀 후 폴리카보네이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시점에 나타났기에 맥북의 색상이 도태되었다고 봅니다.
 
 다만 원인이 재질 변경에 있었다고 하면 다양한 알루미늄 색상을 선보이기 시작한 지점, 그리고 맥에 색상을 입혔다는 것을 다른 맥 제품의 색상에 영향을 끼칠 실마리로 접근하는 게 어색하진 않습니다. 검은 맥북처럼 색상 옵션에 가격을 나누지만 않으면 골드 아이맥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봐야겠죠.
 
 


 5. 포스 터치 트랙패드

 애플 워치에 처음 탑재했던 포스 터치가 맥북 트랙패드에도 탑재되었습니다. 압력을 감지하여 터치패드로 다양한 동작을 구현하는 것이 포스 터치인데, 촉각 피드백을 전달하는 탭틱 엔진(Taptic Engine)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생각하면 다른 맥북에 탑재하거나 매직 트랙패드와 매직 마우스에도 포스 터치와 탭틱 엔진이 들어갈 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지만, 꽤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애플 워치에 탑재했던 것인 만큼 같은 터치스크린인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적용할 수 있을지가 먼저 거론되었습니다. 덕분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홈버튼이 빠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죠.
 
 그런데 맥의 트랙패드에 먼저 탑재했고, 트랙패드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습니다. 단지 이것이 얘기하는 건 트랙패드를 터치스크린과 동등하게 생각한다는 것과 맥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할 가능성이 여전히 없음을 방증합니다. 굳이 맥에 터치스크린이 탑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맥의 터치 인터페이스를 스크린이 아닌 트랙패드에서 강화한다는 걸 포스 터치 트랙패드가 의미한다는 겁니다.
 
 또한, 트랙패드에 탑재하여 인터페이스를 개선할 만큼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면 매직 트랙패드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적용할 가능성을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애플 워치만을 위한 기술이 아닌 터치 인터페이스의 메커니즘을 바꾸려는 방안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겁니다. 특히 작은 화면을 구제한다는 느낌을 줬던 애플 워치보다 압력 감지로 가늘거나 두꺼운 선을 그리고, 압력으로 동영상의 빨리 감기나 지도 확대, 길게 누르는 것으로 새로운 기능에 접근하게 하는 걸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가능하다고 하면 제법 재미있습니다.
 
 압력 감지가 앞으로 얼마나 정교해질지 알 수 없지만, 스타일러스의 필압을 스크린에서 감지하게 하거나 재생 바를 손가락으로 가리지 않고서 세밀하게 동영상을 감거나 지도나 사진의 원하는 부분을 더블탭이 아닌 핀치투줌(Pinch to Zoom)처럼 서서히 확대하여 한 손 조작을 도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탭틱 엔진도 터치스크린의 키보드를 타이핑할 때 기존 진동이 아닌 촉각 피드백으로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를 때, 메세지 전송을 누를 때 등 입력을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럴 여지를 포스 터치 트랙패드가 남겨놓았죠.
 
 


 말 많은 제품이지만, 곱씹어보면 애플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제품을 내놓았는지 여러 면에서 뜯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제품입니다. 그리고 5가지가 흘린 것을 주워담을 그릇이 될 제품이 될 수 있을지 기대도 됩니다.
 
 12인치 맥북은 곧 출시됩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맥북'이라는 명칭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