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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워치의 필요성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몇 마디 하자면 애플 워치가 아니더라도 필요하지 않은 손목시계를 우린 계속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점점 착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럼 '기존 시계는 액세서리 개념이었잖아.', '손목시계를 활용해야 할 직업이 있다.' 등을 얘기할 겁니다. 이건 애플 워치도 같다는 거죠.
 


애플 워치의 필요성
 
 애플은 '스프링 포워드(Spring Forward)' 행사에서 애플 워치의 출시를 알렸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과 다를바 없는 모습에 혹평이 쏟아졌고, 필자도 '애플 워치에 실망한 3가지'를 통해서 애플 워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비판 방향을 달리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자가 애플 워치가 실망적이라고 했던 이유는 그렇습니다.
 
 "애플은 애플 워치의 과녁을 긱들이나 애플에 눈 돌아간 소비자에 두고 있다."
 
 곱씹으면 애플이 애플 워치를 판매하고자 하는 수요층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러니 구매할 소비자가 긱이거나 애플에 눈 돌아간 소비자는 아니란 것이고, 단지 필자가 실망한 건 좀 더 대중적인 포지셔닝을 지닐 수 있었는데 그게 아쉬웠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애플 워치가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은 가격에만 있지 않고, 애플 워치를 착용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다양한 기능을 드러내는 쪽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탓으로 애플 워치에 대한 회의감이 가격과 맞물리면서 수요를 좁힌다.'는 겁니다. 이는 덜 팔릴 걸 우려하는 게 아닌 기존 스마트워치와 다른 게임 체인저의 가능성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이폰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었던 건 지금처럼 서드파티 앱을 이용할 환경은 아니었으나 기존 PDA폰이나 스마트폰보다 일반 소비자를 수요층으로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비즈니스를 위한 기기로 인식되었으나 다른 제품 정도는 아니었죠.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새로운 터치 인터페이스와 키보드를 뺀 풀 터치스크린, 유선형의 미려한 디자인 등을 따질 수 있겠으나 간단한 예로 당시 MS의 스티브 발머는 '5년 후에 사람들은 통신 기기와 음악 기기를 함께 들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으면서 윈도 모바일 6를 비즈니스용으로 만든 것과 달리 애플은 발머가 저렇게 발언한 지 1년도 되지 않아서 아이팟과 스마트폰을 결합했습니다.

 발머의 예상이 맞긴 한 거죠. 하지만 발머는 스마트폰의 수요층을 직장인으로 철저히 구분했기에 도시바와 협력한 ‘기가비트 S'나 '준'을 5년 발언의 제품 전신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고, 사람들이 아이폰에 환호한 건 기존 아이팟에 전화 기능이 들어간 게 아닌 OS X과 아이팟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아이팟처럼 접근할 수 있었으며, 그건 스마트폰의 포지셔닝을 비즈니스에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바꾸어 놓았죠. 그런데 더 획기적인 건 아이팟 터치였습니다. 애플은 아이팟 터치를 MP3플레이어로 정의하지만, 실상 스타일러스가 없는 PDA로 봐도 무방했습니다. 아이폰에서 전화만 빠졌으니까요. 그러나 아이팟 터치를 PDA처럼 쓰거나 PDA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큰 화면의 MP3플레이어나 PMP보다 작은 멀티플레이어 기기였으며, 앱스토어 덕분에 게임기가 되기도 했죠. 다만 중요한 건 아이팟 터치는 PDA가 차지하지 못했던 파이를 차지한 제품이 되었다는 겁니다. 대단한 기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포지셔닝의 승리였던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애플 워치는 부족합니다. 특정 분야에서만 사용한 태블릿을 일반 소비자 시장에 끌고 온 아이패드도 좋은 예인데, 애플 워치를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애플은 이 제품의 중심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서 포지셔닝도 어중간한 위치로 간단하게 정의하기보단 복잡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점이 애플 워치를 필요하지 않은 기기로 단정하게 하는 건 아닙니다.
 
 


 몇몇 외신들은 애플 워치의 필요성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애플 워치가 필요하다면 구매하겠지만, 반대라면 구매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리고 비판했죠. '굳이 살 필요가 있는 제품인가?'의 물음에서 애플 워치에 회의감을 느낀 겁니다.
 
 필자는 애플 워치의 포지셔닝에 대해서는 비판했지만, 애플 워치가 필요하지 않은 기기라는 것에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려면 '애플 워치가 필요한지 의문'이 아니라 '애플 워치의 가격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맞으니까요. 되레 필요 없는 기기로 얘기하려 했다면 진작 9월에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회의론이 가중되는 건 가격이 공개된 탓이 크죠. (배터리나 추가된 기능에 대한 기대도 있었겠지만...)
 
 대개 애플 워치에 기대한 건 기존 스마트워치와 차별화할 수 있는 '무언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필자가 수년 전부터 누누이 얘기했지만, 스마트워치의 핵심이 될만한 건 '알림', '건강관리', '결제'까지 입니다. 즉, 이 3가지를 얼마나 잘해내느냐가 스마트워치가 기본을 갖추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기준이 될 테고, 이 기능만으로 사용자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할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스마트워치의 핵심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이지 '스마트폰의 대체'가 아니니까요. 애초에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을 대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화면 크기, 보여주는 정보의 양이 다르고, 많은 기능을 소화하기에 배터리가 걸림돌이며, 스마트폰도 휴대성을 극대화하여 주머니에서 꺼내는 행위가 심각한 불편함, 3kg짜리 랩톱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어려움을 초래하진 않으므로 스마트워치는 그보다 최소화한 정보를 스마트폰보다 빠르게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상기한 것을 방증합니다.
 
 스마트워치로 게임을 하는 등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진 않으나 어떤 면에서는 스마트폰보다 게임 접근이 빠를 수 있고, 적합한 게임의 가지가 스마트폰보다 많진 않겠지만, 어쨌든 그 점이 스마트워치가 가진 제품의 위치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빼지 않을 상황에서 필요성이 생깁니다.
 
 자, 그래서 애플 워치가 빠지는 게 어떤 것이 있나요? 주머니의 스마트폰 대신 알림을 전달하고, 심전도 측정기 대신 몸 상태를 점검하며, 가방의 지갑 대신 결제할 수 있습니다. 애플 워치는 스마트워치라는 항목의 필요성 면에서 딱히 빠지는 게 없습니다. 차라리 디자인이나 가격이 불만이라는 아주 상대적인 이유를 말하는 건 모르겠지만, 필요성의 여부를 판가름할 기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단지 애플 워치의 가격과 기능을 여타 스마트워치의 가격과 기능으로 비교하면서 '애플 워치는 굳이 필요없다.'는 결론을 쉽게 내버리는 거죠.
 
 그러므로 소비자가 애플 워치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민해야 할 것은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가 아니라 '갖고 싶은가, 갖고 싶지 않은가'에 있습니다. 당연한 소리로 들리겠으나 애플 워치의 필요성을 논해서 시장성을 비판하기는 비약이 심하다는 겁니다. 그런 제품의 포지셔닝, 그리고 타겟을 대중에 돌리지 않았으니 덜 팔리겠다고 하는 쪽이 낫죠.
 
 또한, 애플 워치에 한 방이 있길 기대한 시선이 있지만, 그런 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도 없었습니다. 아이폰의 핵심은 키보드와 스타일러스를 빼버린 것이었으며, 아이패드는 아이폰의 크기가 커진 거였고, 둘 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된 거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이 여러 요소를 나열할 제품은 없었다는 겁니다.
 
 발머는 아이폰이 공개된 직후 '아이폰이 혁신과 변화를 몰고 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MS가 지향하던 것이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96%와 4%의 시장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나요? 저는 훨씬 많은 사람에게 강조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합니다.'라면서 '우리는 휴대폰과 MP3플레이어로 대중의 관심을 돌릴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그렇지 못할 테죠.'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이패드가 공개된 직후에는 애플이 아이폰을 돗자리의 크기처럼 만들 예정이라는 조롱도 등장했었죠. 그건 초기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내세운 게 매우 간단한 몇 가지였음의 방증입니다.
 
 그렇게 보면 애플 워치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라는 조건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제품이고, 한 방이 없더라도 그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그런 게 있다고 해서 애플 워치를 소비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으니까요. 되레 부족하다면 여타 스마트워치보다 어떤 게 부족하다는 건지 묻고 싶을 정도인데, 기술적인 차이를 떠나서 활용 방안이 있다는 건 필요성의 여부에 별로 주목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다른 스마트워치와 똑같은 거라면 중요한 것은 '애플 워치가 다른 스마트워치보다 얼마나 더 팔리느냐'가 되어야 하고, 만약 애플 워치가 다른 스마트워치보다 나은 성적은 낸다면 '아무도 모르는 신비의 한 방'이 아니라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만의 클러치 슈터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되겠죠.
 
 저렴한 자동차를 살 수도 있지만, 여건에 따라서 비싼 자동차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비싼 차가 필요해?'라고 보통 묻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가격에서 성능 차이가 나겠지만, 어떤 자동차든 똑같은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므로 성능에서 합리성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구매자의 재정 상태나 디자인, 분류에 대한 취향이 선택의 주요 요소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용이나 필요만 따진다면 로드스터 모델들은 진작 사장되었을 겁니다.
 
 스마트워치도 그런 상태이며, 스마트워치 시장이 스마트폰과 다른 건 기존 시계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크고, 다양하게 형성된 덕분입니다. 그리고 애플이 바퀴 빠진 고가의 자동차를 선보인 거라면 두말할 것 없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는 거죠. 대신 필자가 말한 것처럼 포지셔닝의 차이가 수요층을 줄였으니 로드스터보다 저렴한 세단을 선택하는 쪽이 많을 거라고 하는 게 정답입니다.
 
 물론 '애플 워치가 로드스터다.'라는 건 아닙니다. 로드스터 모델보다 비싼 세단도 많고, 화웨이는 999유로의 스마트워치를 선보였고요. 그렇다고 화웨이의 스마트워치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게 아닌 것처럼 애플 워치의 필요성 논란은 그런 '단순하기 짝이 없는 거다.'라는 겁니다.
 
 


 현재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이 스마트워치가 초기 스마트폰처럼 과도기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계 시장은 이미 수백 년을 무르익었고, 여러 디자인과 기능이 뒤섞여 난립하던 초기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손목에 착용할 디자인에 대한 넘칠 만큼 충분한 사례와 기능에 대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정립한 시장에서 특출난 요소를 찾는 게 더 어렵고, 스마트워치를 시계의 하나로 본다면, 혹은 보지 않더라도 손목의 수는 한정적이니 손목에 착용할 무언가 중 하나로 본다면 절대 과도기적인 시장의 모습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건 스마트워치가 더는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게 아니라 현재의 형태를 유지한 채 기존 시계 시장을 답습하면서 기술적으로 발전하리라는 거죠. 배터리나 디스플레이나 프로세서나 그런 것들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시장도 과도기를 벗어나면서 기능의 특별함이나 독특함보다 전화와 메시지, 웹브라우징, 몇 가지 앱을 쓸 수 있는 제품에 디자인과 가격을 선택의 주요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는 있지만, 그게 핵심적인 이유가 되진 못하고 있죠.
 
 다만 스마트워치는 그 시기가 지금이며, 애플 워치의 성과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애플이 주요 과녁으로 삼은 '긱들이나 애플에 눈 돌아간 소비자' 외 '애플 워치를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제품을 구매하느냐'입니다. 달리 말하면 그것이 애플 워치의 성공 조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