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딕 코스톨로(Dick Costolo)가 트위터 CEO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트위터 공동창업자이자 스퀘어 CEO 잭 도시(Jack Dorsey)가 임시 CEO를 맡기로 했으며, 트위터는 '도시가 계속해서 트위터를 운영하지 않고, 다음 CEO를 꼭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도시의 식견만큼은 현재 트위터에 가장 필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트위터, 잭 도시의 정확한 진단
트위터는 201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5억 24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해으며, 이는 분석가 평균 예상치인 4억 8,130만 달러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용자 증가율이 2.6%로 여전히 낮은 탓에 실적 발표 후 트위터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6%까지 하락했습니다. 하락세를 다음날까지 이어져서 14.5% 떨어진 채 마감했죠.
도시는 트위터의 이용자 증가율 문제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더욱 의미있는 대화들을 이어나가고, 보여줄 수 있길 원한다.'면서 '인스턴트 타임라인(Instant Timeline)' 도입을 언급했습니다. 기존 트위터 타임라인은 최근 트윗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지만, 중요한 트윗을 타임라인 상단에 올리고, 인기있는 트윗을 추천하여 보여주는 등으로 개편하겠다는 겁니다.
당장 개편 의사는 밝혔으나 어떤 식으로 중요한 트윗을 상단에 올리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상단 알고리즘을 계속 변경하고, 조금씩 수정하면서 시험하는 걸 보면 트위터도 비슷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도시는 '전 세계에서 트위터를 알고 있는데, 왜 트위터를 사용해야 하는 지 뚜렷하지 않고, 매우 불만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타임라인 개편의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며, 실상 현재 트위터가 지닌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용자는 약 5배 차이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2분기 월간 이용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습니다.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겠죠.
그러나 코스톨로는 매출에 집중하여 기존 3억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한 사업에서만 성과를 내고자 했습니다. 분명 코스톨로의 방식으로 트위터의 매출이 오르긴 했는데, 이는 다시 부작용이 되어 신규 이용자가 늘어나지 못하게 발목을 잡았습니다. 기존 사용자들만 대상으로 하다 보니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점점 더 트위터를 어떻게, 왜 이용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페이스북은 이용할 이유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소통을 기반으로 했으나 현재는 마땅히 서로 소통하지 않더라도 연결을 통한 개인화한 뉴스 서비스로서도 가치가 높고, 각종 앱과의 연결로도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은 늘고 있죠. 굳이 프로필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페이스북의 활용을 사람들이 찾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트위터는 서비스의 개념이 과거 피처폰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피처폰 이용자를 사용자 수에 포함하겠다고 밝힌 게 방증하죠. 기존 사용자들은 그 점이 트위터의 정체성이라고 말하지만, 피처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듯이 트윗을 올리고, 확인하던 방식이 획기적이었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콘텐츠의 종류와 양, 대체할 서비스가 매우 많습니다.
물론 트위터가 가진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선 안 되겠으나 현재 트위터가 그들을 모두 소화하고 있지 못하다는 건 사실이며, 피처폰 시절부터 유통한 콘텐츠 규모에 가로막혀 새로운 사용자가 트위터를 거들떠보지 못하게 된 것도 맞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트위터의 정체성이라는 건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페리스코프와 같은 서비스는 상당히 트위터의 정체성에 걸맞은 것이라 봅니다. 단지 트위터 자체가 페리스코프처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흡수할 충분한 장이 되진 못했다는 거죠.
그 점에서 도시의 발언은 트위터를 정확하게 진단한 것입니다. 인스턴트 타임라인의 개념만 놓고 보면 페이스북을 따라 하는 것 같으나 이미 페이스북도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따라갔음에도 페이스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확장한 서비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 타임라인 인터페이스 덕분에 담벼락을 분리할 수 있었고, 프로필 영역은 남겨둔 채 뉴스피드로 사용자를 계속 유입하게 했으니까요.
트위터는 트위터에 새로운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방해되는 요소들을 거두고, 그들이 트위터 계정을 생성할만한 이유를 부여해야만 합니다. 최근 DM(Direct Message)의 140자 제한을 폐지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제한을 폐지한다고 해서 DM이 페이스북 메신저가 되는 건 아니고, 정말 과거의 존재일 뿐이니 말입니다. 그 지점에서 코스톨로와 다른 도시의 방향이 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변화가 일어난 건 아니지만, 이런 발언에 기존 사용자는 불쾌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를 계속 이용한다는 건 사용에 큰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며, 현재 트위터에서 만족하는 부분이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변화가 트위터를 더 잘난 존재로 만들어 주리라고 믿을 수 없기도 하죠.
당연하게 장담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신규 이용자가 늘어나지 않는 트위터의 문제점은 명백하고, 현재 트위터를 왜 이용해야만 하는지 이유를 부여하지 못하는 게 원인인 것도 맞습니다. 그건 실적에서 잘 나타나니 부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트위터가 계속 존재하길 기대한다면 도시의 진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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