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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인스타그램, 정방형 고집 꺾은 이유


 인스타그램은 정방형 사진만 올릴 수 있는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정방형 사진은 스마트폰의 가로, 세로에 상관없이 똑같은 크기의 사진을 보여줄 수 있고, 잘리지 않은 사진을 섬네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인터페이스 정렬이 깔끔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지 정방형 사진이 아닌 사진을 공유할 때 사진의 요소가 잘리는 문제가 이용자에게 돌아갔죠.
 


인스타그램, 정방형 고집 꺾은 이유
 
 덕분에 인스타그램을 주로 이용한다면 공유할 사진을 애초에 정방형으로 촬영하거나 정방형 촬영을 지원하는 카메라 앱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이용자가 트위터를 따라잡으면서 정방형 사진에 걸린 움직임도 더욱 빨라졌습니다. 그런 인스타그램이 정방형 외 콘텐츠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29일, 인스타그램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서 '정방형 외 콘텐츠 공유가 가능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의 5개 중 1개가 정방형이 아니다.'라면서 '여태 정방형이 아닌 콘텐츠를 공유하기 불편했고, 단체 사진에서 사람이 잘리거나 금문교를 끝까지 담아내기 어려웠다.'라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2가지를 얘기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스타그램의 정체성 중 일부를 상실한 것'입니다. 서비스 초기부터 정방형 콘텐츠를 고수한 탓에 트위터의 140자처럼 정방형은 인스타그램의 확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더군다나 정방향 콘텐츠의 생산을 주도하게 했던 서비스이기에 이번 변경으로 정방형 콘텐츠의 생산 자체가 많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일부러 버렸다는 건 정방형 콘텐츠 생산을 주도하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과 다양한 콘텐츠로 공유를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수익성을 보고 있다.'라는 겁니다. 정방형 콘텐츠의 공유로 인스타그램만의 정체성은 마련했으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홍보에 활용하는 데 적절한 수단은 아니었습니다. 가령 영화 티저 영상을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려면 인스타그램만을 위한 정방형 티저 영상을 제작해야만 합니다. 혹은 레터박스가 필요한데, 상당히 불편한 방법이고,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보다 홍보용으로 선호하지 않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서비스로 이익을 내야 하는 인스타그램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꼭 필요하죠. 정방형 외 콘텐츠도 허용하는 건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단지 상기한 것처럼 이 2가지는 표면적인 얘기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앞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했고, 이번 발표로 어떤 서비스가 되고자 하는지 확실하게 전달했습니다.
 
 


 지난 6월, 인스타그램은 웹 사이트를 모바일 앱처럼 개편했습니다. 모바일 앱과 비슷한 외관에 타임라인으로 친구들의 사진을 볼 수 있고, 해시태그를 탐색하거나 댓글을 작성하는 등 똑같이 작동합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은 사용자 편의가 이유라고 설명했는데, 필자는 인스타그램의 행보가 플리커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플리커도 시작은 사진의 저장과 공유에 있었고, 인스타그램이 좀 더 소셜 서비스의 틀을 잘 갖추고 있어서 많은 공유가 일어나지만, 플리커도 사진을 백업하여 공유하는 데 애용된 서비스입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 없었던 시기에도 플리커의 상위 공유 카메라는 스마트폰이었는데, 인스타그램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서비스죠. 그 탓으로 플리커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의 공유 지분을 모두 인스타그램에 넘겨야 했고, 인스타그램은 콘텐츠를 저장하고, 정리하여 볼 수 있다는 개념보다 공유에만 집중한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웹 사이트 개편으로 이용자는 자신의 사진을 PC에서도 웹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해시태그로 정리한 사진은 일종의 개인 사진첩이 되었습니다. 공개 범위만 설정한다면 플리커에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관하던 것과 큰 차이가 없어진 겁니다. 단 하나 걸림돌이었던 것이 정방형 고수입니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자동 백업 기능을 가진 플리커나 여타 클라우드 서비스와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단지 이번 조치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플리커에 스마트폰 사진을 공유하던 것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대개 올리는 콘텐츠가 일상, 공유하고 싶을 만큼 중요한 순간이기에 꾸준히 이용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 못지않은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겠죠.
 
 무엇보다 모회사인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사진이 검색이 불편하고, 인스타그램처럼 해시태그가 활발하게 이용되지 않는 것과 다르게 인스타그램은 해시태그로 사진을 정리하는 데 유용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함께 이용한다면 정방향 외 콘텐츠도 인스타그램에 올려 저장하고, 페이스북과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에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그건 다른 사진 저장소를 쓰지 않게 하면서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콘텐츠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방도가 됩니다.
 
 그랬을 때 상기한 2가지 표면적인 이유도 타당성을 얻을 수가 있죠. 정방형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 서비스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저장한다는 개념까지 가진 사진 플랫폼으로 변화한다는 걸 방증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스타그램이 이익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용자들의 콘텐츠 공유 흐름을 인스타그램이 완벽히 가져올 수 있다면 마케터들에게는 기회가 확장되기 때문이죠. 콘텐츠의 형태를 늘릴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웹 이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가정도 세울 수 있으니까요.
 
 인스타그램은 6월부터 서서히 광고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정방형 외 콘텐츠 공유 결정으로 광고를 늘리는 전략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콘텐츠가 매우 다양하게 변할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건 이용자들이 정방형을 인스타그램의 정체성으로 인지하며, 여전히 정방형 콘텐츠를 올릴 가능성도 큽니다. 되레 마케터들만 여러 크기의 콘텐츠를 활용하게 된다면 이익은 되겠으나 인스타그램이 시도하려는 사진 플랫폼의 크기는 줄어들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