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페이스북은 자사의 새로운 검색 기능인 '그래프 검색(Graph Search)'을 공개했습니다. 구글 검색과 다르게 그래프 검색은 페이스북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친구들이 좋아하는 식당'이나 '나의 친구 중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람은 누구?'와 같은 질문을 검색어로 이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페이스북 M, 그래프 검색의 메신저판
하지만 그래프 검색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런 검색 기능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도 드물 것이고, 미국 한정에 2년 동안 검색 자체에 변화도 없었죠. 그랬던 페이스북이 다시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정확히는 가상 비서 서비스입니다.
와이어드는 '페이스북이 시리와 경쟁할 가상 비서인 M을 출시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페이스북이 몇몇 베이 지역에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상 비서를 추가했고, 가상 비서인 M은 레스토랑 예약을 확인하거나 배우자의 생일 선물을 찾는 등 도움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M을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메신저 앱에서 M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아내의 생일인데,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라고 질문하면, 추천하는 선물과 판매처, 가격을 알려줍니다. 또는 식당이나 영화 추천을 물을 수 있고, 바로 구매하거나 예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M이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페이스북 내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추천이 많은 식당이라거나 친구가 자주 가는 곳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컴퓨터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사람이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M에 메모를 남겨두면 걸맞은 답을 페이스북 직원이 찾아서 제공하는 거죠.
아마존의 영상 통화 기술 지원인 '메이데이(Mayday)'가 떠오르기도 한데, 세부적인 질문을 사람이 담당할 뿐 핵심은 시리나 구글 나우처럼 인공지능에 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 내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점은 그래프 검색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 무언가를 추천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애초에 M이 추천해준 것이 실제 유용한 것인지는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고, 저녁 식사의 추천처럼 간단한 것도 있지만, 생일 선물을 추천해달라는 것처럼 까다롭고 광범위한 질문을 인공지능만으로 쉽게 처리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항상 최상위 데이터만 추천 목록에 넣는 거라면 의미 있는 추천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래프 검색을 떠올릴 수 있는데, 데이터의 분석을 개인 단위로 할 수 있다면 개인화한 추천도 가능해집니다. 가령 '연인과 먹을 디저트'를 추천받길 원한다면 연인이 자주 가는 디저트 가게를 추적하여 제시할 수 있고, '연인이 자주 가지 않는 특별한 디저트 가게'를 원한다면 다른 친구들이 좋은 평가를 한 가게, 또는 최근 많이 추천받은 곳을 간추려 내면 연인이 가 본 적은 없지만, 괜찮은 디저트 가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개인 정보를 마구잡이로 활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페이스북 메신저 총괄 데이비드 마커스(David Marcus)는 'M은 사람의 행동을 학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M을 쓰면 쓸수록 학습한 데이터를 개인화함으로써 광범위하거나 특이한 질문에도 답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는 그래프 검색이 그랬듯이 소셜 정보를 검색에 포함하는 방식입니다.
시리나 구글 나우, MS의 코타나도 마찬가지지만, 페이스북 메신저는 7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하루 46분 이상을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타 가상 비서 서비스보다 많은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거기서 발생한 데이터를 사용자가 당장 필요한 곳에 쓸 수 있게 했다는 점이 M의 강점인 겁니다. 그건 그래프 검색의 실패를 메신저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그래프 검색에서 부족했던 '검색해야 할 이유'를 M은 가지고 있으며, 그래프 검색처럼 검색에 소셜을 포함하게 했다는 점이 그래프 검색보다 발전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M이 검색이나 추천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그래프 검색의 개념을 가상 비서로 옮겨놓았다는 것에서 재미있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커스는 'M은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와 달리 사용자의 실제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가상 비서 서비스들은 개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M은 다른 친구의 데이터를 활용한 답변을 제공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상당히 불쾌한 일일 수도 있으나 정보의 공개야 설정할 수 있으니 그래프 검색과 큰 차이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다른 가상 비서에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것'과 M에 '연인과 볼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것'의 차이가 M의 경쟁력이 될 것이며,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 메신저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여러 가상 비서 서비스가 등장했음에도 아직 제대로 정착했다는 느낌의 서비스는 아직 없으니까요.
페이스북은 M의 서비스 지역을 늘릴 계획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질문에 실제 사람이 답하는 게 하는 등 변수가 있기에 단기간에 상용화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M이 그래프 검색과 다르게 잘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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