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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페이스북, '노트'를 살린다


 블로그 플랫폼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장문의 콘텐츠 발행이 1인 미디어 페이지라고 할 수 있는 큰 틀의 블로그를 통했다면, 최근에는 국내만 하더라도 네이버의 포스트나 다음카카오의 브런치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죠.
 


페이스북, '노트'를 살린다
 
 국내에서는 포스트와 브런치가 관심을 끌고 있으나 블로거닷컴과 트위터의 창시자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nms)가 만든 미디엄은 진작에 아주 빠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글쓰기에 특화한 서비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미디엄은 블로그와 마이크로 블로그와 결합하면서 더 주목받을 수 있었습니다.
 
 


 미디엄을 사용해보면 '미디엄이라는 테마를 씌운 텀블러 블로그'라는 생각이 들지만, 텀블러가 웹 사이트 개념이라면 미디엄은 플랫폼 위에 수많은 마이크로 블로그를 거느린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포털의 서비스형 블로그와는 다른 트위터에 가까운 분위기를 찾을 수 있죠.
 
 이는 미디엄이 블로거닷컴과 트위터에서 이어진 윌리엄스가 생각하는 새로운 미디어의 형태를 띤 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여타 신문이나 매거진 형태의 저작 도구와 다른 독창성으로 작용했는데, 페이스북이 여기에 뛰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 버지는 '페이스북이 자사의 노트 기능을 업데이트하여 미디엄과 비슷한 저작 및 발행 플랫폼 역할을 하고자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사람들이 장문의 콘텐츠를 페이스북에서 만들고, 읽을 수 있도록 노트 기능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미디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다는 거죠.
 
 페이스북에 노트라는 기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용자도 많을 겁니다. 노트는 초기 담벼락과 함께 페이스북의 핵심적인 부가 기능이었지만, 트위터와 비슷한 타임라인을 도입하고, 뉴스피드가 페이스북의 핵심 기능이 되면서 노트는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된 기능이고, 페이스북이 개인 페이지로의 역할로 정보를 기록하는 것보다 공유하는 쪽에 훨씬 중점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콘텐츠 공유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니 노트라는 기능이 잊히는 것도 당연합니다. 더군다나 글보다는 사진과 동영상 콘텐츠가 더 공유될 수 있도록 기능들을 추가했기에 뒷전일 수밖에 없었죠.
 
 


 그런 노트를 페이스북이 다시 끄집어내겠다는 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물론 현재 페이스북으로도 장문의 글쓰기를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단지 글과 사진이 분리되어 하나의 콘텐츠라는 느낌을 주기 어렵고, 사진을 뒷받침하는 글이나 글을 뒷받침하는 사진 정도에 그칩니다. 하지만 노트를 이용하면 사진과 글의 병행하여 제목을 붙인 기사나 블로그의 글처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즉, 여행 사진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사진과 설명을 덧붙여 여행 일지를 작성하거나 저녁에 먹은 요리의 조리법을 차례대로 작성하여 공유하는 거죠. 그저 현재는 노트의 기능이 부족하고,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페이스북의 고민이었던 겁니다.
 
 이를 미디엄에서 힌트를 얻었다면 노트를 좀 더 미려하면서 형편없는 에디터를 교체한 저작 도구로 바꾸고, 페이스북 안에서 장문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하여 다른 블로그 서비스나 저작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도 페이스북 안에 서비스형 블로그처럼 콘텐츠를 고립해버리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미디엄이 가진 마이크로 블로그의 특징을 모두 가진 페이스북이기에 노트에 블로그의 특징만 더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등장할 수 있는 건 페이스북으로 연재하는 웹 소설, 하루 한 번 제공하는 요리 조리법, 배낭여행 일지, 뜨개질 하는 법 등 다양하겠죠. 어떤 그룹의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 구글도 개발자 그룹에 소식을 전달하는 데 미디엄을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해야 하는 미디엄과 다르게 이미 존재하는 관계망에 장문의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접근성에서 매우 유리합니다. 공유하는 콘텐츠의 종류가 늘어났을 뿐 페이스북 자체가 뒤바뀌는 것은 아니므로 활용법에 적응만 한다면 페이스북 이용자 누구든 노트로 콘텐츠를 발행할 수 있다는 게 여러모로 미디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토어하우스(Storehouse)나 픽소테일(Pixotale) 등 스토리텔링을 내세운 저작 도구들과의 경쟁도 쟁점입니다. 미려한 디자인의 글쓰기와 글 보기를 내세운 스토어하우스 등의 서비스가 소셜 미디어와 경쟁하게 되었을 때 어떤 부분이 이용자들을 갈라놓게 될지 파악하는 것이 미디엄과 페이스북의 경쟁을 바라보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페이스북이 노트를 얼마나 미려한 저작 도구로 업데이트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것이고, 페이스북이 노트를 핵심적인 콘텐츠로 내세우고자 한다면 타임라인에서 바로 접근하거나 작성을 시작하는 방법도 만들어야 합니다. 특정 사용자층만 노린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으나 어쨌든 노트를 살리는 데 기본적인 전제는 존재하는 겁니다.
 
 무작정 미디엄과의 경쟁 구도로 보기보다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노트를 살리려는 쪽이 좀 더 타당합니다. 미디엄과 페이스북의 근본적인 정체성이 다르니 함께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두고 봐야 할 건 노트가 미디엄의 이용자를 흡수할 수 있는가와 페이스북 내에서 장문 콘텐츠가 사진이나 동영상만큼 효과적인 콘텐츠인가입니다.
 
 효과적이라는 걸 입증할 수 있어야만 장문 콘텐츠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미디엄과 다른 노트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페이스북이 노트를 어떤 모습으로 살려놓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