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슬 그룹(Fossil Group)은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마이콥바이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 버버리(Burberry)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시계 라인은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미스핏(Misfit)을 인수하면서 브랜드 라인에 웨어러블 기술을 포함했죠.
파슬, 완전한 스마트워치 업체가 되었다
지난해, 파슬은 자사의 첫 번째 스마트워치인 'Q 파운더(Founder)'를 출시했습니다. 미스핏을 인수한 직후이긴 했지만, Q 파운더는 인텔과 협업으로 만든 제품이었고,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했죠. 신선한 시도였는데, Q 파운더를 선보인 지 4개월 만에 새로운 스마트워치 라인을 발표했습니다.
파슬은 Q 파운더의 뒤를 이은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의 Q 원더(Q Wander)와 Q 마셜(Q Marshal)을 소개했습니다. Q 파운더처럼 원형 디자인에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했지만, 두께와 베젤이 줄어들었습니다. 제품마다 특징있는 케이스와 스트랩으로 교환할 수 있고, 가격은 275달러에 책정되었습니다. 애플 워치의 스포츠 모델이 349달러이니 상당히 저렴합니다.
그리고 '스마트 아날로그 워치(Smarter Analog Watches)'도 공개했습니다. Q 원더와 Q 마셜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전형적인 스마트워치라면, 스마트 아날로그 워치 라인은 기존 아날로그 형태의 시계에 센서를 탑재하여 몇 가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칼로리 소모나 수면을 추적할 수 있고,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출시한 몬데인의 한정판 스마트워치인 헬베티카 1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아직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트니스 밴드도 선보였습니다. 'Q 모션(Q Motion)'이라는 이름의 이 피트니스 밴드는 충전하지 않고 6개월 동안 지속 사용할 수 있으며, 최대 50m 방수 기능을 갖췄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음악을 재생하거나 카메라 셔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95달러입니다.
각 라인에서 선보인 제품을 합치면 총 7가지인데, 한꺼번에 대량의 웨어러블 제품을 쏟아낸 건 시계 업체로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만 많은 제품을 공개했기에 '완전한 스마트워치 업체'라는 건 아닙니다.
파슬의 스마트워치 접근은 삼성이나 핏빗과 흡사합니다. 두 업체 모두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밴드를 출시했고, 자사 플랫폼에 통합하려고 했죠. 그러나 전자 제품의 특성상 제품을 발매하는 주기가 중요했고, 플랫폼을 확장할 제품이 빠르게 등장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파슬은 자사 브랜드 역량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제품 라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라인업 이전에 4종의 Q 파운더, 5종의 액티브 Q 트래커, 6종의 아날로그 스마트워치를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거기에 7종을 추가한 것인데, 제품 모두 '파슬 Q(Fossil Q)'라는 앱과 연동합니다. 연동이야 당연한 것 같지만, 제품 라인의 확장이 빨랐던 탓에 이제 파슬이 어떤 형태의 스마트워치를 내놓더라도 발매 주기와는 상관이 없게 되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있거나 없거나 저렴한 피트니스 밴드라도 언제 출시하든 파슬 Q에 포함하게 되며, 오히려 제품 주기를 빠르게 잡았기에 성능이나 사양보다 파슬 Q를 사용할 수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스마트워치에 소비자들이 더 주목할 수 있게 된 거죠. 그건 본래 시계 시장의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Q 모션은 파슬이 인수한 미스핏이 최근 선보인 '레이(Ray)'와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고로 미스핏과 결합한 제품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 대신 미스핏 앱과 연동하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미스핏은 별도의 피트니스 추적 기술 회사로 놔두고, 해당 기술만 자사 브랜드에 녹아들게 하여 파슬 Q와 묶어버린 겁니다. 이는 앞으로 파슬을 거치는 마이클 코어스, 마이콥바이제이콥스, 버버리 등 브랜드로 아날로그 스마트워치나 Q 모션처럼 미스핏을 강조하지 않고, 출시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각 브랜드의 시계들을 스마트워치로 포장하여 현재 Q 라인처럼 확대할 수 있다면 기존 시계 업체들이 별도의 스마트워치 제품을 선보인 것과 다른 거대한 브랜드 플랫폼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능이 후퇴하는 부분은 지속적인 리프레쉬로 해결하고, 지금처럼 디자인만 전면에 강조한 채, 파슬 Q로 내세운 스마트 접근성으로 기술 업체와는 다른 행보를 할 수 있게 된 건 매우 흥미롭습니다.
가령 애플만 하더라도 차세대 애플 워치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출시 1년이 다 된 현세대 애플 워치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파슬의 스마트워치는 그런 고민과 동떨어져 있죠.
그럼 기술 업체들이 파슬처럼 라인을 빠르게 확장하면 될 일처럼 보이지만, 더 많은 기능으로 서로 겨루려는 상황이기에 쉽게 선택하긴 어렵습니다. 파슬은 그저 오랜 시간 촘촘하게 갖춘 유통망을 통해서 Q 라인을 시계처럼 판매하면 될 뿐이죠. 오히려 스마트워치의 등장에 갈팡질팡하는 다른 시계 업체들이 배워야 할 전략입니다.
마침 파슬 그룹 산하인 마이클 코어스가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워치를 공개했습니다. - 마이클 코어스, 첫 안드로이드 웨어 워치 공개(http://backton.co.kr/archives/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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