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한글날이었죠. 그래서인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온 하루였습니다. 소중한 유산을 물려받은 한사람으로써 무척이나 뿌듯했는데요, IT를 다루는 입장에서 문자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웹이 발전함에 따른 문자의 가치 상승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웹의 발전으로 문자의 가치가 더 부각될 것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문자의 효율성이 부각되기 시작한건 오늘내일 일이 아닙니다. 워드의 발전, 휴대폰의 보급, 웹의 확대로 인해 계속해서 문자가 그에 적용되는 모습에서 효율을 따졌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전까지의 효율성은 단순히 '편리한가'에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문자의 속성과 상관없이 말이죠.
그래서 문자의 속성에 따른 가치가 웹의 발전과 함께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중국어와 일본어
중국어와 일본어 모두 '한자'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각 표의문자와 표음문자지만, 문자의 표기는 한자로 이뤄져있습니다. 해서 타이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표의문자인 알파벳을 사용해 발음을 만들어 작성하는 방법이 등장하기도 했죠. 이는 문자의 작성법에 있어서 번거로운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작성법에서보면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둘다 특징이 있습니다.
중국어는 단음절적입니다. 음절 하나하나에 뜻이 들어있죠. 그렇다보니 다른 문자들에 비해 140자라는 제한이 걸린 트위터에서 더 많은 얘기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때문에 중국은 헤드라인과 마이크로블로그 모두 '미디어'로 간주합니다. 길이는 짧지만 내용은 알차게 전부 들어가 있다는 것이죠. 영어나 한글이나 프랑스어나 몇번의 트윗에 걸쳐야 할 것을 중국어는 단한번으로 끝을 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중국의 마이크로 블로그가 활발한 이유는 이런 중국어의 특징때문입니다. 가령 리트윗을 한다고 해봅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사건을 전달할때 짤막짤막한 내용의 트윗으로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여러개의 트윗한 같이 리트윗해야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중국어는 다릅니다. 140자 안에 굉장히 많은 양을 담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전체적인 사건, 사고를 공유합니다. 전달 중 내용이 변질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전달이 되니까요.
그것은 더 많은 접근과 더 많은 기회를 부과하는 문자의 특성이 반영된 장점입니다. 당연히 단점이라면 사용해야 할 문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겠죠.
일본어의 경우는 어떨까요? 일본은 사실 디지털 체계에서 가나때문에 골치를 안고 있습니다. 아예 한어처럼 한자로만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한자와 자신들의 표음문자가 뒤섞여 사용되는 준표의어이기 때문에 표음문자임에도 표의어 방식의 타이핑을 해야하는 언어입니다. 팩스를 즐겨쓰던 시절에는 아무것도 몰랐으나, 워드가 생기고 휴대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가나의 표기에 문제가 있음을 일본 시장은 알게 됩니다. 그래서 타이핑 방식을 중국처럼 만들게 되었는데, 그때문에 실질적인 표음문자로써의 장점은 완전히 묻혔습니다. 더군다나 표기도 번갈아 사용해야하다보니 중국어처럼 길이가 획기적으로 짧아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상적 언어로써의 일본어의 표음문자로써나 준표의어로써의 표기법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것이 디지털 타이핑으로 넘어오면서 어떤 특별한 특징을 내비치 못하기 때문에 아직도 획기적인 일본어 타이핑에 대한 연구는 진행 중입니다.
같은 '한자'를 사용하고 타이핑 방식도 흡사하지만, 이렇게 특징이 갈라지게 됩니다.
문자의 특징
문자의 특징이 웹에서 왜 더 부각될까요? 우리가 웹에서 보는 대부분의 컨텐츠는 '문자'로 작성되어져있습니다. 유투브가 아무리 발달해도 문자의 양을 영상이 따라올 수 없습니다. 덕분에 문자라는 것이 기반이 되는 서비스들이 나왔죠. 블로그도 그렇습니다.
중국의 웨이보는 유행 중이고, 트위터처럼 140자 내로 작성해야 합니다. 위에서 설명했듯 140자 안에 기사 전체를 표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웨이보에서 생산되는 컨텐츠 하나의 양이 우리나라 기사 한 페이지의 양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웨이보를 정보의 생산자로 이용합니다.
한국에서의 트위터는 정보의 생산보다는 '공유 창구'로써의 역할이 더욱 큽니다. 다른 곳에 작성 된 정보를 전달하는 용도의 사용법이 가장 일반적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를 진행 할 시 중국과 한국의 문자 특성상 똑같은 서비스라도 다르게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그에 대한 법체계도 달라져야 하겠죠. 문자의 특징이 웹서비스의 특징을 결정하는 중요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 특징을 기반으로 서비스의 방향성도 만들어집니다. 즉, 이런 문자의 특징이 각각 서비스들만의 고유성을 달리 바꿔버리는 가치로 재발견되는 것이죠.
문자의 가치
여기까지 읽다보면 '문자의 가치를얘기하자더니 중국어의 특징과 한글과의 비교를 얘기한 것 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자의 가치가 부각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어의 특징이라고 하면 음악 관련 문화 활동에 있어서 좀 더 접근성을 높힐 수 있는 언어로 꼽히거나 유럽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언어로 알려져있고, 프랑스어는 UN의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알파벳이라는 영어와 유사한 조건과 방식, 프랑스어는 공용어라고는 하나 불규칙한 동사 변화나 발음으로 인해 매우 접근이 어려운 언어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무슨 얘기일까요? 독일어가 유럽 전반에서 사용 된다고 한들 영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교양언어로 사용될 정도일 뿐 독일인 대부분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합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독일어를 빼버리고 영어만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유는 웹이라는 글로벌 생태계에 정보 전달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어보다도 사용인구가 적은 독일어를 굳이 사용해서 출판을 할 필요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영어와 다른 특별한 특징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가장 많이 통용되는 영어를 사용해버립니다.
이것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다르게 나타날까요? 결국에는 영어를 씁니다. 한글이나 중국어처럼 문자로 인해 서비스의 특징이 달라지거나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똑같기 때문이죠. 똑같은 효율이라면 영어를 쓰고 더 많은 사람과 트위터를 하는 쪽을 택하도록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웹이 발전함에 따라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약속의 대상이던 문자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효율과 효율이 토대가 된 특징이 부각되면서 글로벌이 모토인 웹상에 효율이 배제 된 언어는 완전히 잊혀지고, 극대화 된 언어들만 살아남는 추세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라는 것입니다.
일본어의 경우 저런 골치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대중들은 문자 사용을 완전히 줄여서 쓰거나 한자를 최대한 활용하여 타이핑을 덜하고 줄여 더 많은 뜻을 전달하려는 중국어의 형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웹의 발전이 일본어의 사용을 중국어로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체계적이고 적당한 언어의 길이와 24개의 자/모음으로 모든 음성을 표현하고 기릴 수 있는 '한글'이나 함축적 의미를 바탕으로 적은 공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중국어'나 그냥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어'나처럼 각각의 특징이 부각되지 않은 문자가 웹상에서 점점 설 자리와 공간을 빼앗기고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웹이 세계적인 유산인 다양한 문자들을 빼앗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육성이 아닌 '문자'만의 얘기가 될테지만요. 이제 문자가 웹 서비스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초 기반이 되었고, 산업에 문자의 특징이 반영되면서 '효율' 중요시 되고 있고 반영되어 가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효율적인 언어를 얻은 민족으로써의 자부심만큼은 웹이 발전하면 할 수록 길이길이 남아 와닿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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