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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스마트폰 카메라 무음 사용차단, 왜 한쪽만 볼까?

 2004년 도촬 때문에 피쳐폰 카메라의 무음모드를 삭제하는 단체표준이 시행되었었습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였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 무음 상태로 만들어주는 앱의 등장으로 사실상 무의미해져버렸죠. 제도적인 문제로 무음모드를 사용하지 못했던 일부 사용자들은 이런 무음앱이 단비 같은 존재였습니다만,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무음 사용차단, 왜 한쪽만 볼까?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와 삼성, LG, 팬택의 단말기 제조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는 올 연말까지 카메라 촬영 무음 앱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기술을 단체 표준으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표준 방안은 두가지로 하나는 카메라 촬영시 무조건 셔터음이 나도록해서 무음 앱을 사용하더라도 강제적으로 소리가 나게 하는 것과 또 하나는 촬영시 LED 램프를 깜빡이게하는 방안입니다.

 이 기술적 표준은 의무 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업계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권고 사항으로써 작용하게 되는데, 삼성, LG, 팬택이라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모두 들어가면서 사실상 무음 앱의 사용이 불가능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2004년에도 모두 군말없이 참여했으니 이번에도 별반 달라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국내 민간 표준이기 때문에 외산제품의 경우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무음 앱 무력화의 근거



 서울지방경찰청이 제출한 ‘최근 5년간 서울지하철 성범죄 유형별/노선별 현황’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지하철 성범죄범은 총 4167명이며, 이중 ‘성추행’이 67.5%인 2812명, ‘도촬’은 32.5%인 135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촬의 경우 2008년에 비해 2011년 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굉장한 증가 추세입니다. 짐작적으로도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무음 앱이 등장했으니 도촬이 심해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덕지가 분명합니다.


 이번 무음 앱 무력화의 근거로 작용 한것도 바로 이 '도촬'입니다. 증가한 도촬의 원인으로 스마트폰이 꼽혔고, 스마트폰을 못팔게 할 수는 없으니 예방차원의 장치를 두자는 것이 바로 이 기술적 표준이라는 겁니다.


 순기능으로 에티켓 환경에서의 촬영 기록시 필요하다거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동의없는 촬영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무음을 사용할 수 없게 해야한다는 것이 이들 협회와 제조사, 통신사의 생각입니다. 하기사 2004년 진작 무음 단체 표준이 시행되었으니 놀랄 일도 아니지만, 새삼 들춰보자니 이 모순덩어리는 어떻게 봐야할까요?






모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카메라 무음 앱을 불법으로 규정한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제도를 만들어 전세계적인 모범이 되도록 합시다'의 전재라면 환영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 표준은 굉장한 모순입니다.

 도촬에 많이 사용되는 항목이 스마트폰인 것은 맞지만, 팬이나 시계나 라이터 모양의 스파이 카메라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 가격이 비싸지도 않습니다. 마음먹고 도촬을 하고 싶다면 이런 카메라들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겁니다. 굳이 커다란 갤럭시노트를 들고 들킨다는걸 뻔히 알면서 도촬하는 미련한 짓을 한다면 금방 잡히겠죠. 그리고 이런 무음에 대한 무력화 대책은 유독 휴대폰에만 적용이 됩니다. 다른 촬영 도구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다. 존재하질 않습니다.


 또 5년간 증가했다던 지하철 도촬 사례도 스마트폰 보급 이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음모드가 삭제 된 휴대폰이 등장해도 얼마나 많은 도촬이 행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미 무음모드 삭제가 도촬에는 소용이 없다는게 입증이 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순기능을 무시하면서 아무런 문제없는 무음 앱을 사용 못하도록 기술 표준을 만들겠다? 더군다나 외산 제품은 적용대상도 아닙니다.




왜 한쪽만 보나?




 이렇게 틀어막기만 하는 방식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빼먹고 간다면 비판을 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적어도 이를 단체 표준으로 마련하고 싶다면 모순부터 처리하고 어째서 도촬에 효율적인지를 검토한 다음 옮겨가는게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당하지 않은 방지책은 순기능만 악화시킬테니까요.


 필자는 이렇게 무음 앱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도촬이 줄어들 것이라는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도촬이 줄게 만들고 싶다면 그만한 형벌을 늘려야 하는게 옳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도촬을 못하게 된 사람이 찾는 탈출구는 또 다른 무음 카메라일 것이 뻔하니까요.


 국민의 대다수를 도촬범으로 몰고 싶지않다며 이런 짓을 하는 것에 이제 짜증이 납니다. 우리는 잠자는 애완동물의 모습도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싶고, 수업 중 자료를 PDF 문서로 만들어 저장하고 싶고, 회의 상황을 촬영해두고 싶고, QR코드도 촬영음을 눈치보지 않고 스캔하고 싶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자율권도 보장받지 못한채, 효율도 뒤떨어지는 이런 도촬 방지 대책을 꾸리는 것은 절대적으로 반대입니다.


 아마 이 단체 표준이 시행되게 되면 내년부터 출시되는 제품들은 이런 방지책을 탑재한 제품들이 될 것입니다. 이를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이 단체표준이 쓸모없는 것이라는건 충분히 단정지어 얘기할 수 있습니다.


 '너희 생각은 잘 못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