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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S

윈도우8, 생태계 호재 혹은 비상?

 현재 IT업계에서 '생태계'라는 것은 꽤나 익숙합니다. 플랫폼이 어떻게 생태계를 꾸렸을 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분석은 플랫폼의 성공요인으로써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더 많은 마켓쉐어보다 일부 사용자라도 생태계가 얼마나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는지가 주요점이 되었으며, 초식 동물이 있다면 육식동물도 있는 환경이 아니라 초식동물만 남은, 육식동물만 남은 환경 등 불균형한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윈도우8, 생태계 호재 혹은 비상?


 MS(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윈도우8이 출시 한달 만에 약4000만개의 라이센스를 판매했다고 전했습니다. 업그레이드에 있어서는 윈도우8이 윈도우7을 앞질렀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넷애플리케이션(Net Applications)에 따르면 비스타보다는 나은 결과지만, 점유율의 초기 확산 속도는 윈도우7의 1/5 수준으로 낮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11월 판매량이 포함되면 더 나은 수치를 기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윈도우7의 반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비율상의 문제이고, 라이센스 판매량이 4000만개라는 것은 놀라운 수치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 4000만의 생태계에 있습니다.




윈도우 스토어



 앱 분석 업체인 디스티모(Distimo)는 윈도우 스토어에 한달만에 2만개 이상이 등록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윈도우 스토어와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맥 앱스토어의 경우 출시된지 약 2년 동안 등록 된 앱은 1만 3000개 수준입니다. 출시 된지 한달 만에 2만개의 앱을 확보한 윈도우 스토어의 저력은 상당해 보입니다. 이 수준이라면 윈도우 스토어가 맥 앱스토어의 앱 수를 큰 차이로 따돌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디스티모의 'Discover The Windows Store'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윈도우 스토어의 인기 앱 300개의 다운로드 회수가 맥 앱스토어의 인기 앱 300개의 회수보다 3배나 많은 수준으로 단순히 앱만 많은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에서도 맥 앱스토어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윈도우8의 4000만개 판매라는 부분을 생각해본다면 이런 확장 속도나 사용 속도가 맥 앱스토어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윈도우8의 생태계 면에 있어서 호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매출'입니다. 유료앱만 놓고 따졌을 때 윈도우 스토어보다 맥 앱스토어가 5배나 많은 구매를 보이며, 이는 앱수를 따져봤을 때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입니다. 5배라는 것만 놓고 봤을 땐 '맥 앱스토어의 앱 가격이 높아서 그렇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생기지만, 윈도우 스토어 유료앱의 평균 가격은 $13.32이며, 맥 앱스토어는 $12.55로 윈도우 스토어의 유료앱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러나 상위 100개 앱의 평균 가격은 윈도우 스토어가 $3.67이며, 맥 앱스토어는 $16.68인데, 이는 윈도우 스토어보다 맥 앱스토어의 유료 판매가 훨씬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안드로이드 마켓의 무료 앱 비중은 65%입니다. 이것도 높은 수준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윈도우 스토어는 86%에 달합니다. 맥 앱스토어의 16%와 비교하면 실상 2만개와 1만 3000개의 앱 중 유료앱은 맥 앱스토어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판매에 있어서도 윈도우 스토어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 파악됩니다. 윈도우 스토어의 상위 100개 앱의 대부분이 웹서비스 앱인 반면, 맥 앱스토어는 뉴스와 유틸리티, 생산성, 게임 등 다양한 앱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윈도우 스토어의 사용이 더 큰 지역인 북미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것처럼 보여지지만, 상위 300개 앱 중 41%가 일본에서만 인기있는 앱이며, 약 31%는 한국에서만 인기있는 앱입니다. 다운로드의 수와 더불어 지역에 있어서도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호재? 혹은 비상?




 단순 다운로드 수나 등록되는 앱의 수만 놓고 본다면 MS에게 있어 괜찮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료앱의 비중이 높든 낮든 다운로드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은 윈도우 스토어의 사용량이 많다는 것의 반증이며, 이것이 차후 매출로써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윈도우 스토어의 활발한 사용은 윈도우 라이센스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MS에게 있어 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이런 상태가 지속되었을 때 과연 언제까지나 호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무료앱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무료앱의 유입량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무료앱의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초식동물이 더 많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남아있던 육식동물은 풍부한 먹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녹음은 사라지고 초식동물이 죽어가기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육식동물도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이를 시장에 끼워맞추는 것이 웃겨 보일지도 모르지만, 유료앱들이 무료앱에 짓눌리기 시작하면 윈도우8을 지원하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다양한 수준의 앱들 보다는 맬론이나 구글검색, 위키피디아, 싸이월드, 네이트, 다음앱 같은 기존 웹서비스를 앱으로 떼어놓은 것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앱들이 나쁘다기보다는 무료앱 생태계 자체도 기존 서비스들이 재탕되는 형식으로 윈도우 스토어가 초기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런 앱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 다른 신규 앱들도 한꺼번에 눌리면서 무료앱을 개발하는데 있어서도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면에 있어 비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지속되었을 때는 윈도우8의 전체적인 마켓, 차기 윈도우의 마켓에 있어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윈도우8




 딱히 맥 앱스토어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마켓과의 무료앱 비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윈도우 스토어만 보더라도 문제점을 짚어낼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애플의 앱스토어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개발을 포기한다'거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의 수익이 앱스토어에 못미치기 때문에 개발을 포기한다'와 같은 뉴스를 꽤나 접해왔습니다. 윈도우 스토어는 '기준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수익도 나질 않는 완벽한 구조'를 창출해냈습니다.


 'PC와 모바일은 다르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부분까지 맥 앱스토어와 비교했을 때 문제점이 비춰지고 있으며 최근 밸브와 같은 대형 게임업체와 다수의 인디개발자들이 리눅스로 전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도 윈도우 스토어가 당명한 문제, 디스티모의 보고서가 호재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물론 윈도우 스토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한 어플리케이션 유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MS가 유통채널을 윈도우 스토어로 획일화 시키려 한다는 점과 소프트웨어 유통에 있어서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발버둥이 더한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과연 그것이 윈도우 개발자나 소비자에게 있어서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을거라고 필자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MS는 그러길 바라고 있으면 그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차기 윈도우도 이 생태계를 이어나가 지속적인 성공과 성장이 가능하리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차기 버전을 생각하기 전에 이미 윈도우8에 비상은 걸렸습니다. MS는 이를 절대 호재라고 여겨서는 안되며,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요즘들어 MS의 CEO, 스티브 발머는 윈도우8과 윈도폰8의 자랑에 여념이 없습니다. 자기최면과도 비슷하게 속속 통계들을 내보이면 '역시 윈도우가 최고'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얼마나 지속 될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일본이나 한국에서만큼은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윈도우8의 비상은 곧 MS의 위기입니다. 이 생태계 문제만 가지고 MS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할 생각은 없지만, MS의 위기에 원펀치를 때리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만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MS가 이를 자위만 하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대처를 해나갈 것인지 윈도우8의 행보를 지켜보는 입장이라면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