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의 위태위태한 벼랑 끝 버티기는 오랫동안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그 벼랑에서 출시한 블랙베리10(BB10)은 버그, 소비자 대응, 그리고 전략적 판단 실수로 판매 부진을 겪습니다. 마지막 밧줄을 놓게 되니 벼랑으로 떨어지는 일만 남은 것입니다.
블랙베리 매각 선언, 누가 인수할까?
BB10의 실패 원인 중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판매 전략입니다. 초기 영국에서 매진 사태가 벌어지는 등 소비자들의 BB10에 대한 관심은 분명 높았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버그 문제가 터진 뒤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폰이든 몇 가지 버그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다만, 소비자들은 업체가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길 바랄 뿐 무작정 반품처리 할 생각부터 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블랙베리는 전혀 버그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을 돌보지 않은 채 저가 제품 라인업에 신경을 씁니다. 더군다나 이미 구매할 사람은 영국을 통해 사버렸는데, 늦게 미국 시장에 출시하면서 BB10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블랙베리는 벼랑으로 떨어지고, 이제 이를 잡아 줄 손이 뻗어오길 기대하는 것이 전부가 되었습니다.
매각
블랙베리는 오늘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략적 대안을 찾고, 회사의 가치와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블랙베리의 설명입니다. 이 전략적 대응에는 파트너들과의 '합작 회사 설립'과 '다른 회사로의 매각', 두 가지를 언급하고 있는데, 블랙베리의 현재 상황으로 봐선 합작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고, 사실상 매각 발표라고 보는 쪽이 우세합니다.
블랙베리의 기술상 BB10을 버리기는 매우 아깝고, 그렇다고 살려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리거나 승승장구 중인 업체가 공격적인 수를 두기 위해 블랙베리를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말입니다.
최근 IDC의 보고서를 보면 블랙베리의 점유율은 3%로 떨어졌고, 실적도 좋지 않아 자체 생존이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방법이든 블랙베리는 외부에 손을 뻗는 것으로 생존을 이어나갈 모양인데, 문제는 누가 블랙베리를 인수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인수
애플, 구글, MS는 이미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삼성과 LG, 소니 등은 안드로이드에 집중하고 있으며, 노키아는 윈도폰만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베리를 덜컥 인수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구글인데, 만약 구글이 인수한다면 BB10을 처분하고 기술력만 빼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미 모토로라를 인수한 경력이 있어서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노키아는 블랙베리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었지만, 이미 무산된 거래이므로 다시 이뤄지진 않을 것이며, 애플과 MS는 이 인수 건에서 가장 동떨어져 있습니다. 삼성은 타이젠을 개발 중이고, LG는 얼마 전 웹OS의 라이센스를 사들였으니, 굳이 블랙베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며, 소니는 이제 막 살아난 시점에서 어설픈 도박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수에 가장 근접한 것은 바로 '중국 회사'들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레노버나 화웨어, ZTE가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유력한데, 레노버를 보면 기존 안드로이드 체제에 들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해서 자신들의 플랫폼을 형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해 중국 업체 중 가장 블랙베리에 눈독 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중국 업체에 인수를 허가할지 미지수인데다, 승인했을 때 북미 내 부정적인 반응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쉽진 않을 것입니다.
그런 문제를 두고 본다면 미국 기업의 인수도 가능성이 높은데, HP는 이미 팜을 인수한 전례가 있고, 지금은 안드로이드에 주력하는 단계라 웬만해선 인수를 고민하지 않으리라고 보입니다. 그 외 그나마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면 야후나 페이스북인데, 야후는 최근 공격적인 인수 전략으로 다양한 서비스 제공 업체를 확보했고, 하나 없는 것이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강력한 플랫폼을 지닌 업체입니다. 야후가 스마트폰 시장이든 태블릿 시장이든 진출하길 희망한다면 블랙베리는 현재 가장 좋은 매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여러 차례 스마트폰 진출이나 페이스북 홈과 같은 것들로 모바일 플랫폼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번번이 실패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모바일을 쥘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도 못하고 있죠. 결국 페이스북을 모바일에서 지탱해줄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한데, 블랙베리는 그에 걸맞은 한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 업체와 경쟁하더라도 여론에서 우위를 쥘 것이며, 조건에서도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블랙베리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누가 공격적으로 새로운 플랫폼 개척에 나서겠느냐'하는 겁니다. 인수야 그렇다 치더라도 인수한 다음 블랙베리를 통한 플랫폼 확장을 얼마나 이뤄내느냐를 주요 평가로 삼을 텐데, iOS나 안드로이드가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 블랙베리를 가지고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 확장이 목적이 아닌데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입니다.
그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강력한 플랫폼을 있어야 하는 기업들이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혹은 제3의 기업이 블랙베리를 통한 플랫폼 시장 진출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근 하드웨어 제조에 열을 올리면서 맥아피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인텔이나 시만텍, 시스코와 같은 보안 업체가 인수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분석됩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 검이라 쉽지 않은 인수 건입니다. 그리고 블랙베리가 어떤 회사의 손을 잡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누가 무엇 때문에 블랙베리를 사들이려 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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