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7은 여태 iOS 중 가장 많은 디자인 변경과 인터페이스 발전을 보였습니다. 여전히 호불호는 존재하지만, 변화만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죠. 그리고 OS X도 고양이를 뒤로한 채 매버릭스(Mavericks)가 되면서 iOS 7의 요소를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기본 앱들의 디자인이 변경되었고, 아이콘도 새 옷을 입었습니다. 물론 이전에 이미 런치패드(Launchpad)나 알림 센터(Notification Center) 등의 기능이 포함되어 iOS와의 통합을 예견했었습니다.
OS X과 iOS, 인터페이스 아닌 '경험'의 통합
그런데 OS X과 iOS를 어떻게 통합한다는 것일까요? 여러 정황은 포착되었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디자인이나 기능 포함도 있겠지만, ARM 프로세서 기반의 맥북을 실험했다거나 OS X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iPad PRO)가 출시되리라는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정황은 여러 가지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OS X이 iOS로 흡수되거나 iOS가 OS X으로 흡수되는 것입니다.
J.P. 모건(J.P. Morgan)의 분석가 마크 모스코위츠(Mark Moskowitz)는 '애플이 아이애니웨어(iAnywhere)를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아이애니웨어는 제품명이 아닙니다. OS X와 iOS가 결합 된 새로운 운영체제 플랫폼을 임의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애플이 iOS를 데스크톱으로 바꿀 수 있는 운영체제를 애플이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소문으로 무성한 '더 큰 아이패드'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모스코위츠는 이전까지 계속 주장되어 온 통합의 결론인 '완전한 흡수'에 대해서 아이애니웨어라는 명칭까지 만들면서 애플이 동향에 귀를 기울일 것으로 내다본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MS나 어울리는 것이며, 차라리 '만들길 바란다.'가 되었다면 개인적 소망으로 고개를 끄덕일만한 얘기입니다.
9to5Mac과 맥루머스(Macrumors), 맥월드(Macworld)는 모두 모스코위츠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전 CEO인 스티브잡스와 현재 CEO인 팀 쿡, 소프트웨어 수장인 크레이그 페더리기가 했던 이야기를 근거로 들었는데, 잡스는 생전 '터치스크린을 수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인체 공학적으로 끔찍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랩톱처럼 화면을 세운 상태에서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 못한 경험이라는 것이죠. 팀 쿡은 윈도 8을 두고, '토스터와 냉장고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두 가지를 수렴할 수는 있겠지만,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것이 될 수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페더리기는 'OS X과 iOS의 인터페이스가 다른 것은 누가 이전에 만들어졌느냐가 아닌 각자 최적의 인터페이스대로 발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OS X는 마우스와 키보드, iOS는 터치스크린에 맞춰 각자 발전했다는 겁니다.
이들의 얘기가 없던 일처럼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잡스나 팀 쿡의 발언은 오래전 일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페더리기의 말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온 것이며, 직접 흡수하는 통합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입니다. 그런 중에 모스코위츠의 예상처럼 아이애니웨어를 출시할 거라고 예상하는 것은 일종의 망상과도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OS X와 iOS를 완전히 한 쪽으로 흡수하여 발전하게 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한들 OS X와 iOS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분명 필자도 OS X와 iOS가 통합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통합의 방법이 꼭 하나로 결합하는 것에만 있진 않으니까요.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장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입니다. 어차피 더 나은 터치 인터페이스인 트랙패드가 존재하므로 디스플레이에 직접 손을 가져갈 필요는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터치스크린이 장착되어 있지 않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는 겁니다. 사용자들은 되레 트랙패드를 더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을 원하죠.
키보드는 둘째치고, 마우스와 터치스크린을 비교해봅시다. 마우스를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색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효율적입니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손가락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선택 영역이 넓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버튼이 손가락 넓이에 적합해야죠. 그렇다고 마우스 포인트의 크기를 키울 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일반 PC에서 마우스는 매우 효율적입니다. OS X의 메뉴바 아이콘이 작게 나열되어 있어도 마우스를 사용하기에 불편함은 없지만, 손가락으로 선택할 생각을 하면 끔찍하죠.
애초에 이 두 가지를 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오'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결합하면 혁신'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결합하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에 적합한가'의 문제이므로 결합 자체가 기술적 혁신이 될 순 없습니다. 가령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 한꺼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것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비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마우스와 키보드가 터치스크린보다 효율적이다?'고 묻는다면 '터치스크린이 효율적인 부분과 다르기 때문'이 정답입니다.
그러므로 통합은 인터페이스가 아닌 '경험'에서 나타나야 합니다. OS X이나 iOS에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OS X의 인터페이스에 얼마나 적합한지, iOS의 인터페이스에 얼마나 적합한 지이며, 인터페이스를 따로 적용하지만, 사용할 때 통합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통합된 경험'은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가라지밴드(GarageBand )를 예로 들면 OS X용 가라지밴드는 마우스와 키보드에 적합한 인터페이스를 하고 있습니다. 메뉴들이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하나의 화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iOS용 가라지밴드는 터치스크린에 적한한 인터페이스입니다. OS X처럼 오밀조밀한 구성은 아니지만, 악기를 터치스크린 상에서 직접 다룰 수 있고, 연주를 녹음합니다. 덕분에 이전보다 샘플링이 수월해졌고, 이후 OS X용 가라지밴드로 편집하여 하나의 곡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죠. 최적의 인터페이스를 양쪽으로 나누어 해당 인터페이스에서 쉽게 해낼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강조한 부분들의 경험을 합쳐놓습니다. 만약 OS X용 가라지밴드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iOS에 적용하려 했다면 거부감 먼저 들었겠죠.
이미 OS X과 iOS로 나누어지는 응용프로그램은 애플이 개발한 것 외 서드파티 앱도 많습니다. 이들을 통합하는 끈은 아이클라우드(iCloud)이고, 각 플랫폼에 다른 옷을 입어도 해당 기기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앱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대개 그런 앱들이 인기 있는 앱이죠.
통합된 경험은 양쪽 플랫폼의 끝에 있는 극단적인 특성을 OS X과 iOS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며, 다른 인터페이스에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고, 그것을 양쪽에서 사용했을 때 어떤 하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 통합의 맥락으로 OS X과 iOS를 점치는 것이 설득력 있습니다.
진화론을 볼 때 보통 'A에서 B -> B에서 C -> C에서 D'와 같은 식으로 나열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진화론은 'A에서 A1과 B -> A1에서 AB와 BA, B에서 B1과 C'와 같은 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인간을 진화론 최상위 동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실상 바다에 빠지면 상어밥이 되는 게 인간이라는 겁니다. 바다에서 살 생각이었다면 아가미나 지느러미, 물갈퀴가 필요했겠죠.
마찬가지입니다. OS X에서 iOS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OS X는 그 나름 진화하고 있고, iOS는 또 그 나름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의 우위가 어디에 있다고 말할 수 없고, 한쪽으로 가는 건 아가미 없는 인간을 바닷속에서 생활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애플이 말을 바꾸어 바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 것처럼 두 플랫폼을 결합할 수도 있습니다. MS는 이미 그걸 원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구분 지어야 할 것은 그 인간이 육지에서 살려고 하는지, 바다에서 살려고 하는 지이며, 한쪽에서 살 생각이라면 굳이 양쪽을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사용자는 어느 쪽을 원하나요? 적어도 현재의 애플은 양쪽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하나에 집중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것이 어느 쪽을 선택하는 사용자든 자연스러운 경험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이 자연스러움을 단번에 깨버리고 뒤범벅 하는 일을 무작정 실행에 옮길 순 없습니다. 장기적이라 보더라도 당장은 아니겠죠. 도리어 사용자의 선택보다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애플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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