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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판타지 스포츠로 도박 시장에 뛰어들다


 지난 5월 폐지된 KBS의 심야 스포츠 프로그램 운동화의 코너 중 하나였던 스포츠 대작전은 '판타지 스포츠(Fantasy Sports)'를 콘텐츠로 한 것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판타지 스포츠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포츠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었죠.
 


야후, 판타지 스포츠로 도박 시장에 뛰어들다
 
 판타지 스포츠는 실제 활동 중인 선수들을 조합한 가상의 팀을 만들고, 선수의 기록을 점수로 표시하여 종합한 점수가 높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미국에서는 ESPN, MLB도 판타지 스포츠를 제공할 만큼 인기가 높은데, 야후도 대표적인 판타지 스포츠 업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판타지 스포츠에 돈을 걸게 되면 어떨까요?
 
 

via_QUARTZ


 야후는 자사 판타지 스포츠 앱을 개선했습니다. 개선한 앱에는 가상으로 구성한 팀에 실제 돈을 걸어 승리하면 걸린 돈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도박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친구들과 내기 삼아 할 수도 있고, 경마나 경륜처럼 판을 키운 큰 게임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야후의 제품 담당 부사장 켄 푹스(Ken Fuchs)는 '게임 참가비의 10%를 수수료로 책정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는데, 어떻게 보더라도 도박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새로운 게임은 완화한 온라인 도박 규제로 급성장한 산업에서 야후가 돈을 벌겠다는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은 2006년에 온라인 도박 금지법에서 판타지 스포츠는 도박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돈을 걸어야 하는 건 도박성이 있긴 하지만, 분석 기술과 접목해야 하는 판타지 스포츠의 특성상 일반적인 도박 사업과는 다르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실제 판타지 스포츠는 실제 데이터를 가상의 점수로 책정하므로 공정한 점수 판정을 위해서 기록을 분석하고, 계산하는 방법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이 기회에만 기댄 것이 아닌 기술을 포함한다는 이유가 되어 제외했다는 겁니다.
 
 판타지 스포츠 동업자 협회에 따르면, 북미에서만 5,680만 명이 판타지 스포츠를 즐기며, 1인당 평균 연간 465달러를 게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1,500만 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판타지 스포츠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 중인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그럼 도박 사업이 야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야후는 5개 주를 제외한 45개 주에서 판타지 스포츠에 돈을 걸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어쨌든 아직은 합법적으로 판타지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에 서비스 제공 자체는 당장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 금지법을 제정한 2006년으로부터 10년이 거의 다 되었고,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용자 증가와 판돈의 규모도 커지면서 기존 도박 시장이 판타지 스포츠로 넘어오고 있다는 걸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판타지 스포츠가 기존 도박 시장을 대체하려는 지점에서 기술적인 것보다 실제 사행성에 중점을 둔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물론 여기까지는 제도상 판타지 스포츠를 부정적으로 볼 가정입니다.
 
 무엇보다 현재는 야후가 판타지 스포츠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판타지 스포츠 시장이 커진다면 그에 편승한 야후는 당연히 높은 이익을 가질 수 있으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야후가 주력하는 사업은 온라인 광고이고, 온라인 광고에서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즉, 자사 핵심 사업을 재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에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되므로 이후 수익 구조가 도박 사업에 몰리게 되었을 때 야후는 여타 사업보다 도박 사업에 비중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야후 투자자들은 야후의 실망적인 광고 사업에 불만을 내고 있으며, 알리바바 주식이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비치는 중입니다. 그렇기에 도박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면 투자자들은 도박 사업에 대한 야후의 투자에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비슷하게 소셜 게임의 풍운아였던 징가(Zynga)는 연이은 실패로 일부 지역에서 온라인 포커 도박 게임을 운영했고, 매출은 회복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다른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도박 사업에 더 신경을 써야만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지경에 도달했었습니다. 최근에는 게임 종류를 늘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매출을 회복했지만, 도박 사업이 회복의 발판보다 규제와 씨름하고, 다른 사업에 발목 잡혀 낭떠러지로 징가를 몰아넣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야후도 마냥 돈을 벌 수 있다고 낙관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야후는 알리바바 주식의 스핀오프 건을 아직 마무리하지 않았습니다. 본래 기존 사업을 회복할 시간을 버는 방안이었는데, 스핀오프 건이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도박 사업이 시간 벌이 역할을 해줄 것처럼 보입니다.
 
 단지 필자가 지적했던 것처럼 도박 사업이 야후의 핵심이 되어선 안 되며, 시간을 버는 동안 빠르게 본래 사업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기존 사업보다 도박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나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제도적인 상황만 야후의 손을 들어준다면 말입니다.
 
 야후는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도박 사업이 야후에 있어서도 도박이라는 점을 놓쳐선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