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잭 도시(Jack Dorsey)는 트위터의 정식 CEO가 되었습니다. 임시 CEO직을 맡기로 했을 때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적임자를 찾으리라 했지만, 결국은 스퀘어 CEO와 겸하여 트위터의 업무도 도맡기로 했죠. 그건 트위터의 운영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은 것에 그렇게까지 해야 할 무게가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트위터, 폴리트웁스 부활의 2가지 의미
전 CEO였던 딕 코스톨로(Dick Costolo)의 문제점은 직원과의 불화도 있었지만, API 통제로 외부 개발자들과 마찰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외부 개발자를 통해 확장하던 트위터 생태계는 점점 축소했고, 트위터와 관련한 특별한 서비스도 차츰 줄어들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폴리트웁스(Politwoops)'였습니다.
지난 8월, 트위터는 정치인들의 트윗을 모아서 보여주는 폴리트웁스를 차단했습니다. 정치인들도 개인으로서 그들의 트윗을 삭제할 권리가 있다는 게 이유였는데, '트위터가 다시 개발자를 등지는 행보를 보였다.'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에 폴리트웁스의 활동을 재개한다고 트위터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밝혔습니다.
폴리트웁스의 활동 재개로 정치인들은 자신이 올린 트윗을 실수로 판단하여 지우더라도 수집되고, 누구나 폴리트웁스를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다가온 만큼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선거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되므로 플리트웁스의 영향력은 클 것입니다.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트윗을 분석한 트위터 지수가 여론 조사로 인용되는 등 트위터의 영향은 컸습니다. '트위터가 여론의 모든 건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루 4억 개의 트윗은 유권자의 변화하는 심리를 빠르게 판단하는 중요한 표본이 되었습니다. 이런 반응에서 빠지고 싶지 않은 정치인이라면 트위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트위터는 왜 폴리트웁스를 다시 허용하기로 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2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대선을 이용하려 트위터를 정상화하는 데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코앞이므로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2012년 미국 대선이 일종의 현상이었다면,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현상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입니다.
트위터는 작년 9월에 정치 자금을 트위터로 기부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스퀘어와 연동하여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해 10~12월에만 5,500만 달러 규모의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기부자의 94%가 1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로 나타났습니다. 꼭 트위터의 역할로만 얘기할 건 아니지만, 클린턴 전 장관은 트위터를 공격적으로 활용하면서 여성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부자의 60%는 여성으로 나타났고, 클린턴은 트위터의 기부 기능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후원금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인이 트위터를 이용하도록 유도했다는 게 핵심이며, 그런 유도가 거대한 후원금을 만들어 냈다면 정치인들은 단순한 여론 형성에 기대지 않은 채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이용한다고 해서 트위터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게 아니죠.
하지만 폴리트웁스는 그럴만한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반기지 않는 정치인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트위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된 상황이라면 이들을 이용하여 일반 이용자를 끌어들일 방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에 관심이 많고, 정치인들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고자 폴리트웁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트위터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트위터는 그걸 노리는 거죠.
두 번째는 개발자 친화입니다. 트위터는 수년 동안 개발자와 앙숙이었습니다. 폴리트웁스도 그렇지만, 그 밖에 많은 외부 앱들을 통제하는 정책을 내놓았고, 트위터의 과도한 정책으로 트위터를 활용한 여러 가지 기능들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트위터 내부에만 고립된 상황이 지속하자 외부 서비스를 통한 트위터 유입이 줄어들었죠. 이는 트위터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지점과 일치합니다.
무엇보다 트위터를 떠난 외부 서비스들은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트위터만 점점 동떨어지게 된 겁니다.
CEO로 돌아온 도시는 이런 상황을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사 개발자 컨퍼런스인 플라이트(Flight)에서 도시는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일을 모두 사과한다.'라면서 '개발자에 대한 통제 정책을 바꾸길 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통제했던 사안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폴리트웁스를 다시 허용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로써 트위터가 개발자 정책을 바꾸겠다는 게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개발자들에게 전달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개발자들을 다시 트위터로 발 돌리게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대선 기간을 이용하여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인 만큼 다른 개발자들도 이런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주는 게 목적으로 보입니다.
트위터는 폴리트웁스를 통해서 미국 대선 특수와 개발자 친화 정책을 한 번에 노릴 생각입니다. 한가지로 얘기하면 미국 대선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거지만, 반대로 말하면 미국 대선이 그럴 만한 큰 이벤트이고, 이 이벤트로 두 가지를 잡지 못했을 때는 분리하여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11월, MKM 파트너스(MKM Partners)의 분석가 롭 샌더슨(Rob Sanderson)은 '트위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2년 동안 주가가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감소하는 월간 이용자수에 근거한 것으로 불편한 사용자 환경이 신규 이용자가 트위터를 이용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시는 트위터가 메시지나 나누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시도를 보여준 게 이번 폴리트웁스 정상화입니다. 트위터가 미국 대선에 쏟은 것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지점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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